SF 영화에서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설정은 자주 등장하는 요소다. 특히 영화 인터스텔라는 블랙홀 주변에서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모습을 강렬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은 단순한 SF적 상상이 아니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우주에서는 시간이 어떻게 다르게 흐르는 것일까? SF 속 개념과 현실 과학을 비교하며 상대성이론이 우리의 시간 개념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살펴보자.
SF 영화 속 ‘시간 지연’ – 어떤 식으로 그려졌을까?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는 밀러 행성에서의 시간 왜곡이다. 주인공 일행이 블랙홀 가르강튀아 근처에 있는 행성에 착륙했다가 단 몇 시간 만에 돌아오지만, 우주선에서 기다리고 있던 동료는 23년을 홀로 보낸다. 이는 상대성이론에서 말하는 중력에 의한 시간 지연(gravitational time dilation) 개념을 활용한 장면이다.
비슷한 설정이 등장하는 또 다른 SF 작품들도 있다.
플래닛 오브 더 에이프스 (1968, 2001) –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 주인공이 지구에서 수백 년이 흐른 사실을 깨닫는다.
패신저스 (2016) – 극저온 수면을 통해 상대적으로 다른 시간 개념을 경험한다.
엔드게임 (2019) – 양자 영역에서의 시간 흐름을 활용하여 ‘시간 여행’을 한다.
이러한 영화들은 시간이 특정한 조건에서 다르게 흐른다는 개념을 극적으로 보여주지만, 과학적으로는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 것일까?
상대성이론이 말하는 시간의 흐름 – 중력과 속도가 만든 차이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과 특수 상대성이론은 우리가 시간의 흐름을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으로 이해해야 함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두 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
① 중력에 의한 시간 지연 (Gravitational Time Dilation)
중력이 강한 곳일수록 시간은 더 느리게 흐른다.
인터스텔라에서 밀러 행성이 블랙홀 근처에 있기 때문에 시간 지연이 심하게 발생했다.
지구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해발 400km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는 지구보다 시간이 약간 더 빠르게 흐른다.
② 속도에 의한 시간 지연 (Velocity Time Dilation)
특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도로 이동할수록 시간은 느려진다.
우주비행사가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도로 우주를 여행한 후 지구로 돌아오면, 지구에서는 수백 년이 흘렀을 수도 있다. 이를 쌍둥이 역설(Twin Paradox) 이라고 한다.
실제 실험에서도 초정밀 원자시계를 비행기에 실어 고속으로 이동시킨 결과, 지상에 있던 시계보다 시간이 느리게 간 것이 확인되었다.
결과적으로, 우주에서 시간을 조작할 수는 없지만, 상대성 원리에 따라 다르게 경험하는 것은 가능하다.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시간 지연’ 사례
SF적인 설정이지만, 사실 시간 지연은 우리 일상에서도 미세하게나마 존재한다.
① GPS 시스템과 시간 보정
지구 궤도를 도는 GPS 위성은 지상보다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른다.
위성은 고도 20,200km에서 공전하며 중력이 지상보다 약해 시간이 더 빠르다.
하지만 동시에 높은 속도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에 특수 상대성이론에 의해 시간이 느려진다.
이 두 효과가 합쳐져 하루에 약 38마이크로초(0.000038초) 정도 시간 차이가 발생하는데, 이를 보정하지 않으면 GPS의 위치 오차가 하루에 수 km 이상 벌어질 수 있다.
②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우주비행사
우주비행사들은 지구보다 시간이 약간 느리게 흐르는 환경에서 생활한다.
ISS의 속도는 약 초속 7.66km(시속 27,600km) 로 매우 빠르다.
상대성 효과 때문에 하루에 약 0.014초 정도 시간이 늦어진다.
즉, ISS에서 6개월을 보낸 우주비행사는 지구보다 약 0.004초 더 젊게 돌아온다.
③ 블랙홀 근처에서 벌어질 수 있는 시간 왜곡
미래 인류가 블랙홀 근처를 탐사하게 된다면, 인터스텔라처럼 극단적인 시간 지연을 경험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형 블랙홀 궁수자리 A 근처에서는 시간 흐름이 극적으로 느려질 가능성이 있다.*
만약 거기에 거주할 수 있다면, 블랙홀 가까운 곳에서 몇 시간만 보내도 외부 세계에서는 수십 년이 지날 수도 있다.
SF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SF 속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세계’는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예측하는 물리적 현상이다.
영화 속 시간 왜곡은 블랙홀, 중력, 속도 같은 과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한다.
실제 우주에서는 GPS 위성, ISS 비행사 등에서 아주 미세한 시간 지연이 발생한다.
가까운 미래에는 인류가 블랙홀 근처를 탐사하거나 빛의 속도에 가까운 우주선을 개발하면 더 극단적인 시간 차이를 경험할 가능성도 있다.
미래 인류가 SF에서 묘사된 것처럼 ‘시간 여행’을 직접 경험할 수 있을까? 상대성이론은 시간을 조작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는 않지만, 시간이 우리 예상과는 다르게 흐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언젠가 인류가 우주를 더 깊이 탐험하게 되면, ‘시간이 상대적이다’라는 개념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